기부자 신장호 교우(농경제학 68), 아내를 향한 그리움, 모교 사랑의 마중물로
  • 작성일 2024.05.29
  • 작성자 고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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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or Interview
식품자원경제학과 발전 기금
및 고령신씨 장학금
신장호 교우

(농경제학 68)
아내를 향한 그리움,
모교 사랑의 마중물로

교정에서 손자와 어깨동무를 한 신장호 교우

지난 1월 3일(수) 신장호 교우(농경제학 68, 현 식품자원경제학)는 모교 식품자원경제학 발전 기금 및 고령신씨(高靈申氏) 재학생 장학금으로 1억 원을 기부했다. 지난 해 작고한 아내 김영래 교우(원예학 72)를 추모할 방법을 고심하다 부부의 '모교 사랑'의 마음을 담아 기부를 결심한 것이다. 신 교우의 뜻을 이어 아들, 딸, 사위, 며느리도 각각 1억 원씩을 추가로 약정해 총 5억 원을 기탁할 예정이다.

신장호 교우

중앙도서관에서 만난 평생의 인연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신 교우는 커다란 가방에 자료를 한가득 챙겨 왔다. 그중 가장 두꺼운 파일엔 아내와의 추억이 빼곡했다. 그는 작년에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부부의 일대기를 비롯해 가족과 함께해 온 시간과 추억들을 정리해 왔다.

"아내와는 중앙도서관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여유 있게 도서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보았는데 멀리서도 눈에 확 띄었어요."

연애 결혼조차 흔하지 않았던 70년대 초반, 캠퍼스 커플로 시작한 두 사람은 캠퍼스에서 만난 만큼 교우회 행사나 기부에도 한마음이었다.

"아내는 1년 3개월간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났어요. 너무나도 마음이 아파 아내의 뜻을 담아 무언가 좋은 일을 하면 좋겠다 싶어서 자녀들과 상의해 모교에 장학금을 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내를 추모하고 기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부 습관, 가족의 유산이 되길

신장호 교우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 고교 시절, 극심한 생활고로 대학 입학 등록금 마감 당일까지 돈을 마련하지 못해 거의 체념했을 때 이 소식을 들은 친구 어머니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등록을 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은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친구 어머님이 등록금 아직 못 냈냐고 하시더니 저희에게 갑자기 집으로 가자고 하셨어요. 댁에 도착하자 문갑 안에서 돈 묶음을 꺼내 주시며 빨리 서울로 가라고 재촉하셨죠. 언제까지 갚으라거나 이자 이야기도 없이, 그야말로 아무 조건 없이 주신 겁니다."

그 일을 계기로 신 교우는 나눔의 가치를 깊이 새겼다. 대학 재학 내내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그는 조금씩 나눔을 실천했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하여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했고 이후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기부 생활을 시작했다. 수차례에 걸친 기부로 KU Pride Club에 가입했고 고령신씨 장학회 이사장으로도 적극 활동했다. 그의 아우 신종호 교우(기계공학 76)와 본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위 남인철 교우(공학박사) 역시 기부를 통해 후배들과 모교 자연과학 부문 발전에 기여했다. 그는 기부가 가족의 문화이자 유산이 되길 소망한다.

"어떤 사람은 농담 섞은 말로 '기부 중독'이라고까지 하는데, 이게 기부가 하나의 생활이 되고 습관이 된 거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다 보니 아들과 딸 내외도 기부하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우리 가족들이 다 그렇게 됐어요."

신 교우는 지난 1월 기부식에 이어 이번 인터뷰에도 손자 남지호 군(13)을 대동했다. 고인이 생전 가장 아꼈던 손주이기도 하고, 이런 자리를 통해 손자의 마음에 할머니에 대한 추억과 기부라는 가족 유산이 더 깊이 새겨지기를 바라서기도 하다.

 

기부식에서 가족들과 찍은 단체사진

지난 1월 3일 진행된 기부식에서 가족들과 함께

소유의 기쁨과 비교할 수 없는 나눔의 행복

신 교우는 졸업 후 한 해도 빠짐 없이 교우회비를 납부했으며, 창간 이래 발행된 고대교우회보를 모두 소장하여 기념품을 받을 정도로 모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이번 기부는 개인이 아닌 학과, 학번 등 그룹으로 기부하는 공동모금 캠페인 'KU Circle for Miracle'의 물꼬를 터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우들의 모금이 이어지고 있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재산을 축적할 때의 기쁨과 가진 것을 기부하는 기쁨을 비교해 보면, 베풀 때의 기쁨이 훨씬 크더군요. 제가 바로 증인입니다. 우리 교우들도 이 행복을 꼭 경험하면 좋겠습니다."

모교를 사랑하는 신장호 교우의 따뜻한 마음이 마중물이 되어 더 많은 희망과 격려가 솟아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