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승 교수와 차세대 분자 테라노시스 연구단, 세계 1% 연구자와 그의 제자들
  • 작성일 2024.05.29
  • 작성자 고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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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 LIFE

김종승 교수(화학과)와
차세대 분자
테라노시스 연구단
김재원
(랩장, 박사 과정 22)
유지영(석박사 통합 과정 23)
김동은(석박사 통합 과정 24)
홍석진(석사 과정 24)
난치병의 해법을 찾아 모험하는
세계 1% 연구자와 그의 제자들
연구실에서 대화 중인 김종승 교수와 제자들

아산이학관에 자리한 '차세대 분자 테라노시스 연구단'. '테라노시스'란 치료를 뜻하는 'therapy'와 진단을 뜻하는 'diagnosis'가 결합한 단어로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 연구실의 수장은 화학과 김종승 교수. 글로벌 학술정보 서비스 클래리베이트 선정 글로벌 상위 1%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s, HCR)에 10년 연속 이름을 올릴 만큼 세계 정상급의 화학자다. 그를 스승으로 모신 젊은 연구원들이 난치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이곳,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을 해결하여 '차세대 분자 테라노시스 연구단'의 이름이 대중들에게 익숙해질 날을 기대하며, 매일의 실험에 열중하는 연구실 라이프를 공개한다.

연구실 밖 계단에 기대어 서 있는 김종승 교수

김종승(화학과) 교수

'세계 상위 1% 연구자'뿐 아니라 글로벌 학술정보 기업 톰슨 로이터(클래리베이트의 전신)가 선정한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 과학자', 그리고 고려대학교 최초의 '특훈교수' 선임 등 김종승 교수의 위상을 보여 주는 평가는 일일이 늘어놓을 수 없을 만큼 많다. 뛰어난 연구 업적만큼 그 제자들의 성과도 못지 않아, 연일 연구원들의 우수 논문, 수상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정작 연구실을 찾았을 때, 어딘가 치열하고 냉철하리라 생각했던 분위기는 예상외로(?) 즐겁고 훈훈(!)했다. 20여 명의 연구원이 5개 실험실에 흩어져서 각자 맡은 연구와 실험을 하는 이 대가족은, "회식 때는 명절날처럼 다 모인다"고. 김 교수도 연구단의 가장 큰 자랑은 "성과도 좋지만 그보다 열정 있는, 성실한 연구자들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연구하는 곳이라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랩은 보통 아침 9시에 시작한다. 기본 업무 시간은 오후 6시까지이지만, 실험이 길어질 때가 많아 밤 늦게까지 북적거리는 게 일상이다.

재원 저희의 주된 연구 목표는 표적 치료예요. 세계의학계 최고의 난제로 꼽는 3중 음성 유방암과 알츠하이머가 주요 타겟이죠. 암세포만 치료할 수 있는 암 표적 치료제를 연구하고,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형광 물질과 치료제 개발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유쾌하고 끈끈한 분위기의 비결을 묻자 망설임 없이 "이게 다 교수님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종승 교수는 바쁜 일정에도 연구원들을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챙기고, 모든 학생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

석진 저희가 인원이 많은데도, 한 명 한 명 각자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보면서 상세한 피드백을 주세요. 학회 등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에 최대한 많은 인원을 데려가려 애쓰시고요. 그 모습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재원 교수님께서 세계적인 화학자시잖아요. 작년에는 대통령상도 받으셨고요. 그런데 수업까지 재미있게 하시거든요(웃음). 학부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으시다 보니 저희 랩은 늘 경쟁이 치열해요. 

연구실 소속 학생과 김종승 교수

세계적인 연구자이지만, 김종승 교수는 대학에서 연구보다 교육의 기능을 더욱 소중히 여긴다. 스승의 관심과 신뢰를 받으며, 그의 제자들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혁신하면서 따뜻하고 탁월한 차세대 연구자들로 성장하고 있다.

동은 모르는 것이 나오면 언제든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문화가 정말 좋아요. 교수님과 선배들이 타박이나 잔소리 대신 최대한 쉽게 설명해 주시거든요.
재원 유기화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혼자서 시작하기에는 어려운 분야예요. 선배들과 후배들이 한 명씩 사수, 부사수로 묶어서 개념부터 실험 노하우까지 나누며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지영 실험이 잘 안 풀릴 때는 선배들에게 많이 물어보는 편이에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해결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석진 랩장님은 진취적인 분이세요. 실험적이고 대담한 시도를 하시거든요. 보통 랩의 막내가 도맡아서 하는 실험실 운영의 잡무도 랩장님 덕분에 모두가 공평하게 분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실험 기구를 다룰 때도 기존 관습을 따르는 게 아니라 더 좋은 방법을 찾으려고 하셔서 많이 배우게 돼요.

실험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연구실 학생들

질문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 서로를 동료로 존중하고 존경하는 분위기, 여기에 더해 심포지엄 참여, 해외 학회 활동, 논문 스터디 등 함께한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며 서로를 응원하는 동료 그 이상의 관계가 됐다.

연구실 학생들이 함께 찍은 인생네컷

함께 찍은 '인생네컷'

지영 밤 늦게까지 실험을 하는 날도 있지만, 힘들지는 않아요. 오히려 실험이 안 될 때 제일 힘들고 스트레스 받아요. 이럴 때는 다 같이 술 마시고 코인 노래방 갔다 네컷사진 찍으면서 기분을 돌려야 해요. 저는 술을 마시면 꼭 네컷사진을 찍어야 직성이 풀려서 필수 코스입니다(웃음). 찍은 사진은 연구실 한편에 붙여 둬요. 아참, 저희 랩에 체육부장이 있어요! 한번은 회식 때 팔씨름 토너먼트를 했는데, 체육부장이 진행도 기가 막히게 잘하더라고요. 이번에는 체육대회를 준비하고 있어서 다들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어요.
동은 저는 이 랩에 합류하고 난 후로 실패해도 괜찮다는 걸 배웠어요. 실험이 마음대로 안 돼도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니까요.
지영 연구에 큰 뜻이 없었는데 학부생 인턴으로 실험을 해 보니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희 랩이 개발하고 있는 항암제와 진단제가 결국에는 사람을 위한 일이잖아요. 제가 배운 화학이라는 학문을 사용해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설레요. 지금 연구를 잘 해내어 좋은 논문을 완성하고 싶어요.
재원 저는 시니어 연구자로 다음 진로를 준비해야 해요. 교사와 연구자 중에서 고민하다 저희 교수님을 만났는데 교수님도 사범대(공주사대) 출신이시고, 스스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시거든요. 정말 선생님처럼 저희를 따뜻하게 지도해 주세요. 교수님의 모습을 보며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교수님처럼 후학 양성에 힘쓰며 연구 활동도 활발하게 하는 신진 연구자가 되고 싶어요.

몸담은 연구실에 대해, 연구실을 이끄는 스승에 대해, 그리고 자신들의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든 순간에 자부심으로 반짝이는 눈동자들을 느낄 수 있었다. 갈고 닦은 학문을 통해 인류의 난제를 풀고, 자신의 지식을 통해 인류에 기여하는 쾌감은 그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기쁨일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화학의 차세대가 될 '차세대 분자 테라노시스 연구단', 김종승 교수와 반짝이는 연구자들의 내일을 함께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