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024년 정기전 첫 승리로 뱃노래가 울려 퍼진 잠실 야구경기장에서 정기복·허영숙 부부를 만났다. 법학과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2000년부터 꾸준히 고려대학교에 기부를 이어 오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7월 법학전문대학원과 공과대학 발전기금을 기탁했고, 2024년 9월 법학전문대학원에 3억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선후배로 시작된 인연, 3대를 잇다
"남편이 군 복무를 마치고 한 학년 아래로 복학을 했어요. 선배의 소개로 처음 만났는데, 그때 첫인상이 참 좋았어요." (허영숙)
법학과 선후배로 만난 두 사람의 인연은 그들만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았다. 유전공학과 동기인 아들 내외에 이어 산업경영공학부에 입학한 손자까지, 3대가 고려대학교와 깊은 연을 맺고 있다. 부부는 2023년 손자의 공대 입학을 기념해 법학전문대학원과 더불어 공과대학에도 발전기금을 기부했다.
"손자가 공대에 입학했는데, 마침 공대가 60주년을 맞아 여러 행사와 기부 소식이 들려오더군요. 저희도 그에 맞춰 공과대학 발전기금을 기부한 것이 더욱 뜻깊게 느껴집니다." (정기복)
부부의 공과대학 기부는 공대 교우가 아닌 타 학과 교우의 기부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학과를 넘어 학교 전체의 발전을 위해 서로 돕는 더 큰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고연전 야구 경기에서 기부자 부부와 가족
장학금이 주었던 격려, 후배들에게 돌려주다
"학교 다닐 때 학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학비를 마련하려고 여러 아르바이트를 했죠. 그때 장학금을 두 번 받았는데, 그게 학업을 이어 가는 데 큰 힘이 됐어요. 그때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허영숙)
"우리나라가 빈부의 차가 점점 커지고 있잖아요. 좀 더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조용히 기부하려고 했는데 뜻하지 않게 소문이 났네요." (허영숙)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에 힘써 주길
"우리 후배들이 공정하고 질서 있는 사회를 만드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허영숙)
"고려대학교의 교육이념이 자유·정의·진리잖아요. 저는 제 아들과 손자, 그리고 후배들이 법의 정의를 실천하며 이웃을 돕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고려대학교가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그런 인재를 길러 내는 교육의 산실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정기복)
부부는 오랜 기간 법학전문대학원에 꾸준히 기부를 이어 오고 있다. "우리가 학교를 다니던 때나 지금이나, 정의를 실천하는 일꾼이 꼭 필요합니다." 정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하며, 후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에 헌신해 주기를 바라는 소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