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의료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 하지만 병원도 시간과 건강이 허락해야 제때 갈 수 있는 법. 바쁘거나 이동이 어려울 때, 나만의 주치의가 방문해 진료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메라키플레이스는 비대면 의료 플랫폼 '나만의닥터'를 운영하며 헬스케어 업계의 예비 유니콘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객 중심의 편리한 진료와 약 처방,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밤낮으로 뛰는 메라키플레이스의 공동대표, 손웅래 교우를 만났다.
슈퍼 E의 열정 가득 캠퍼스 생활
자유전공학부로 입학한 손 교우에게 대학 생활은 외향성을 마음껏 발휘하고 재미를 좇는 시간이었다. 학교 홍보대사 '여울'의 일원으로 1-2학년을 보내고, 이후 경영학회 MCC에서는 회장을 맡았다. "1학년 때 '여울'이 멋져 보여서 들어 갔어요. 중고등학생들이나 귀빈 대상으로 캠퍼스 투어를 수백 번 했죠. 공부하는 시간은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웃음)."
경영학으로 전공을 정한 건 토론과 팀 프로젝트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 전략 수업에서 제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경영학과 수업들이 제일 재밌었어요. 학회에서 매주 친구들과 토의하고 근처 맛집인 '삼성통닭'이나 제기시장에서 뒤풀이를 했던 기억이 나요. 새로운 걸 만들고 사람들과 토론하는 게 잘 맞더라고요."
비대면 의료 서비스 '나만의 닥터'를 시작하다
졸업 후, 손 교우는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서 엄청난 업무량을 소화해 내며 경영 실무를 익혔다. "업무 밀도가 정말 높은 회사였어요. 2년 반 동안 주 80시간씩 일하면서 빠르게 사회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CSO(Chief Strategy Officer)로 커리어를 이어 가던 중, 6년 차에 진로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온전히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마침 맥킨지에서 만난 동기, 선재원 공동대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누구나 본인의 것을 하고 싶어 해요. 임계치를 넘는 시점이 다를 뿐이죠. 드라마틱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하고 싶다면 빨리 제대로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어요."
디지털 헬스케어는 창업을 계획하며 내놓은 첫 아이템이었다. 의학을 전공한 선재원 대표의 관심 분야인 동시에, 손 교우가 보기에 국내에서 성장 가능성이 매우 컸다. 헬스케어 업계의 데카콘(유니콘의 10배 가치를 가진 기업)이 되겠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는 과감히 첫 번째 아이디어를 사업화했다. "의식주나 금융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 토스 같은 기업들이 있지만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아직이에요. 올드하고 파편화된 현재 시장을 디지털 원격 의료로 풀어 보려고 '나만의닥터'를 만들었어요."
"누구나 본인의 것을 하고 싶어 해요. 임계치를 넘는 시점이 다를 뿐이죠. 드라마틱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하고 싶다면 빨리 제대로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뛰어들었어요."
독보적인 속도와 집요함, 메라키플레이스의 전략
창업 당시, 동종 업계에 이미 20여 개의 기업이 있었지만 '나만의닥터'는 출시 1년 만에 62억 규모의 pre-A 투자를 유치했다. 2023년에는 포브스 선정 FAST-GROWING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 3월에는 비대면 의료 플랫폼 중 유일한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무섭게 성장 중이다.
탁월한 성과를 자랑하는 '나만의닥터'가 지닌 차별점은 무엇일까. 손 교우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팀'을 꼽는다. "모바일 서비스 자체는 누구나 금방 모방해서 만들어 낼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 팀은 빠른 실행력과 '한 끗 차이'를 만들어 내는 집요함을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있죠."
'나만의닥터' 팀은 특히 의료 시장의 독특성, 즉 과마다 사용자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 맞춤형으로 앱을 설계한다. 가령,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피부과는 '가격'을, 긴급한 진료가 잦은 소아과는 '야간/주말 진료 가능 여부'를 중요한 정보로 표시한다. 타 서비스에 비해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다.
국민 앱으로 도약하는 그날까지
손 교우의 다음 목표는 '나만의닥터'를 '국민 앱'으로 만드는 것이다. 최근 몇 달간은 현재 매우 제한적으로만 가능한 '약 배달'을 모두가 받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또한 정부 사업 중 하나인 '의료 마이데이터' 프로젝트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의료 시장은 극단적으로 정보 비대칭성이 심하고, 국민 한 명 한 명이 데이터 주권을 못 가지고 있다고 봐요. 의료 마이데이터를 통해 이 문제를 임팩트 있게 풀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고려대학교 공동체의 특별한 문화가 자양분이 되었다고 고백하는 손 교우는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만들고자 한다. "고려대는 소속감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동시에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그런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요. 아직 유니콘 스타트업 창업자 중 고려대 출신이 없는데 제가 열심히 해서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요. 만약 창업하고 싶은 후배들이 있다면, 빨리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사업은 직접 해 봐야 더 잘할 수 있는 법을 알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