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입학식사
  • 작성일 2024.02.29
  • 작성자 비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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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승명호 교우회장님과 내외 귀빈 여러분, 자랑스러운 신입생들과 가족 여러분, 오늘 2024학년도 고려대학교 입학식에 오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고려대학교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자랑스러운 고대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합니다. 아직은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여러분이 고대 가족이 되는 오늘 이 순간은 여러분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고 소중한 순간이 될 것입니다. 대학 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신입생 여러분에게 먼저 고려대학교의 정신, 즉 ‘고대 정신’이 무엇인지 설명을 드리면서 총장으로서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합니다.

 

고대 정신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나 구호가 아닙니다. 고려대학교의 빛나는 역사 속에서 형성되었고 아직도 고대인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실존하는 정신이며, 고려대학교를 다른 대학들과 다르게 특별하게 만드는 정신입니다. 고대 정신의 첫 번째는 자신보다는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주의 정신입니다. 고려대학교는 1905년 개교했습니다. 당시 한반도는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 난세에 당시 대한제국 내장원경 이용익 선생은 “교육을 통해 나라를 구하자”라는 건학이념으로 겨레의 뜻을 모아 고려대학교의 전신(前身)인 보성전문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이용익 선생에 이어 학교 경영을 맡은 손병희 선생은 온 겨레가 나서서 독립 만세를 부르던 3.1운동 당시 민족 대표였습니다. 그 뒤를 이은 김성수 선생은 삼천리 방방곡곡을 몸소 다니시며 민족자금을 모아 지금의 안암동 캠퍼스를 구축하고 1946년 고려대학교로 교명을 변경해 오늘날 세계 명문대학으로 발전하는 기초를 놓았습니다. 즉 고려대학교는 염원과 뜻을 모아 민족의 힘으로 설립한 민족의 대학입니다.

 

또한 이러한 정신을 이어받은 여러분의 선배님들은 조국의 민주화에도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1960년 4월 고대생 3,000명이 자유당 정권의 부정 선거와 독재에 항거하여 시위를 벌였고 이 항거는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으며 한국 사회의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수십 년간 고려대학교와 고대생들은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보루역할을 해왔습니다. 나보다는 우리 사회와 민족과 국가를 먼저 생각하는 공선사후의 이타주의 정신은 1905년 창학 이래 지금까지도 고려대학교와 고대생, 고대 교우의 가슴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습니다.

 

고대 정신의 두 번째는 고대만이 지니고 있는, 호연지기에 바탕한 특유의 친화력과 단결력입니다. 이 단결력은 한국 근현대사의 계속되는 시련과 위기에 맞서 함께 똘똘 뭉쳐 외세와 독재정권과 싸우면서 생겨난 고대인만의 정서적인 연대감입니다. 그래서 여느 대학들과는 달리, 고대인은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의 관계가 매우 돈독할 뿐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는 동시에, 그 어떤 집단보다도 고대인들은 단결이 잘 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고대 졸업생들의 모교에 대한 유별난 맹목적인 사랑도 타 대학의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24학번 신입생 여러분이 졸업을 하여 사회에 나가면, 많은 고대 선배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선배님들, 교우님들은 여러분을 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고대 후배라는 이유만으로 여러분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관심을 가지며 여러분의 인생행로에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설문조사에서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 졸업생 1위가 언제나 고려대학교 졸업생이며 고려대학교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CEO를 배출한 대학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고대생들은 슬기로우면서도 의리가 있고, 조직의 상사를 잘 모시고 후배를 잘 챙기기 때문에 어느 조직에서나 환영을 받고 성공적인 경력을 쌓기 때문입니다.

 

고려대학교는 민족의 염원으로 세워져 그 시작부터가 특별하고, 그에 더불어 이타주의와 호연지기의 기상, 끈끈한 단결력의 고대 정신이 있기에, 신입생 여러분은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정말 특별한 대학에 입학한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 인생의 선배로서 고려대학교의 선배로서 오늘 축하의 말씀과 함께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오늘 저의 이 말씀을 잘 기억하길 바라며 오늘 입학식 후 고대생으로서 졸업 후엔 고대 교우로서 인생을 살아가며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첫째, Think big and aim high! 크게 생각하고 높은 목표를 품으라는 뜻입니다! 역사적으로 고려대학교는 기능적인 지식인보다는 한국사의 획을 긋는 선 굵은 큰 인물들을 많이 배출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여러분이 원하는 대학 입학을 목표로 달려왔고 이제 그 목표를 성취했습니다. 그간 고려대의 입학이 여러분 개인의 소중한 목표였다면, 이제는 넓은 세상을 보면서 크게 생각하고 가슴에 더 원대한 목표를 품기를 바랍니다. 고려대학교의 역사 속의 위대하신 선각자와 선배님들이 그러했듯이 평범한 소시민의 삶에 안주하지 말고, 여러분 개인을 넘어서 국가와 민족, 세계와 인류를 생각하는, 거대한 꿈을 꾸십시오. 고려대학교에 입학한 여러분은 이미 뛰어난 역량을 지녔고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인재들입니다. 여러분 자신을 믿고 원대한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학창 시절을 통해 좋은 학점과 좋은 성적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크고 넓은 세상에 대한 야망도 함께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잘 아는, 페이스북의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는 20대의 나이에 지금의 세계적 기업을 구상하고 시작했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하고 세계와 인류에 공헌할 원대한 목표는 여러분의 나이부터 시작됩니다. 고려대학교는 신입생 여러분이 원대한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입니다.

 

둘째, 저는 여러분에게 책 읽기를 적극 권장합니다. 책에는 인간과 세계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했던 선인들의 지혜와 경험, 그리고 축적된 지식이 담겨 있습니다. 책은 사람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만들어 줍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중요한 순간에 정확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큰 실수나 위험을 피하게 하고, 위기나 곤경에 처했을 때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줍니다. 이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저자와의 끝없는 대화를 통해 수많은 간접경험을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난쟁이는 거인보다 더 멀리 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 인생의 경험이 적은 학생들이 훌륭한 책을 읽는 것은 마치 여러분들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더 멀리 더 큰 세상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요즘은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짧은 글과 영상에 길들여 있어 긴 글을 읽고 깊이 사색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긴 책을 읽는 것은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그만큼 더 확장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일상의 소음으로부터 해방된 채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며 저자와의 대화를 동반자로 사색의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저는 어떠한 책도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소설이나 역사책도 좋고,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심각하고 심오한 책도 좋습니다. 앞으로 책의 바다를 마음껏 여행하면서 여러분의 인생이 더 풍요롭고 지혜로우며 원대해지길 바랍니다.

 

셋째,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과 모험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대부분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피동적으로 주어진 환경에 따라 공부해 왔습니다. 초·중·고교를 통해 틀에 박힌 기존의 학습 방식에 따라 주어진 교과목을 공부하며 지식을 쌓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여러분의 대학 생활은 자율적이고 능동적이며 주체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미 잘 닦여져 안전한 길만을 달려왔으나, 이제는 여러분 스스로 탐색하고 도전하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낯설고 새로운 길을 시도하고 모험하고, 길이 막혀 있을 때 절망하기보다는 돌아서 다른 길을 모색하는 인내와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윈스턴 처칠은 “성공은 끝이 아니며, 실패는 치명적이지 않다. 중요한 것은 계속하는 용기이다(Success is not final, failure is not fatal. It is the courage to continue that counts.)”라고 말했습니다.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도 말고 계속되는 실패에도 좌절하지 마십시오. 중요한 것은 계속하는 힘, 계속하는 용기입니다. 대학 시절은 젊은 여러분들이 아직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시행착오가 용인되는 도전의 시기이자 기회의 시기입니다. 실패가 두려워서 도전과 모험을 기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대학 생활에서 여러분이 선택한 소속 학과나 학부의 전공 공부가 필수이겠지만, 전공 공부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앞에서 언급한 고대 정신, 즉 자신보다는 남과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이타주의, 호연지기의 기상, 끈끈한 친화력과 단결력은 전공 공부 이외의 다양한 관심과 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기 전공 이외에 제2전공을 직접 설계해 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동아리 활동, 학과 모임이나 M.T.같은 행사, 학술 세미나, 발표회, 토론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다양한 학과의 교수님들, 선배와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인간관계와 대학 문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주체가 되어 현재의 삶에 안주하거나 만족하지 않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자세로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고 즐기기 바랍니다.

 

또한, 신입생 여러분이 재학하는 동안 고려대학교는 더 다양한 국적의 우수한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는 한편 여러 국제화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분에게 세계 유명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 것입니다. 즉 여러분은 고려대학교에서 세계인을 친구로 사귀고 세계를 자기 삶의 무대로 삼아 큰 꿈에 도전하는 대학 생활을 설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신입생 여러분은 고려대학교에 재학하면서 한국 사회와 세계 무대의 주역이 될 모든 자격을 갖추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

 

사랑하는 24학번 신입생 여러분 1년 후 2025년이 되면 개교 120주년을 맞이하는 고려대학교는 지금 민족의 대학, 대한민국의 중심 대학을 넘어서 ‘글로벌 고대’, 세계 명문 대학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개교 120주년은 12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재정립하면서 동시에 더욱 찬란하게 빛날 미래의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어 세계 명문대학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24학번 신입생 여러분께서는 위대한 고대 정신을 배우고 실천하며, 각자 가슴에 국가와 민족, 세계와 인류에 공헌할, 원대한 목표를 품고, 모험이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무장하기를 바랍니다. 수많은 여러분의 선배가 그러했듯이 여러분들도 대한민국과 세계를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신입생 여러분 대한민국 유일의 특별한 명문 대학, 고려대학교로의 입학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2월 29일

 

총장 김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