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장 김동원 박사 취임사
  • 작성일 2023.02.28
  • 작성자 비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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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취임사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김재호 이사장님과 법인 이사 여러분, 승명호 교우회장님과 36만 교우 여러분, 지금까지 고려대학교를 훌륭하게 이끌어오신 정진택 총장님과 전임 총장님들, 그리고 사랑하는 모든 고대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고려대학교 제21대 총장으로 취임하기 위해 이 엄숙하고도 역사적인 자리에 섰습니다. 두터운 믿음으로 제21대 총장에 선임해주신 법인 이사회와 동료 교수, 교직원, 학생, 교우회 등 모든 고려대학교 구성원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이제 저는 고려대학교 총장으로서, 교육구국의 건학 이념과 ‘자유, 정의, 진리’의 고대정신을 지키며, 찬란한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자랑하는 고려대학교가 더욱 위대한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맡은 바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헌신할 것을 엄숙한 마음으로 선서합니다.

 

우리 고려대학교는 1905년 개교 이래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용익 선생, 손병희 선생, 김성수 선생이 선각자적 지성과 겨레의 정성을 모아 설립하고 키워온 고려대학교는, 일제강점기엔 국권회복의 열망을 간직한 민족 최후의 보루이자 희망이었으며, 광복 후엔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 민주화와 세계화에 앞장선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며 대한민국 근현대 역사를 이끌어 왔습니다.

 

저는 고려대학교의 위대한 역사가 앞으로 더욱 영광스럽게 펼쳐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그 자랑스러운 여정에서 필연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세계적인 대학의 위기 현상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거의 모든 주요 국가의 대학들은 일반 대중의 고등교육에 대한 관심저하, 진학률의 하락, 이로 인한 재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재정 적자에 빠진 대학이 늘어나고 있으나, 대학을 둘러싼 정부의 규제는 변함이 없고 대학은 현재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효과적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학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상아탑 내에서만 맴돌고, 대부분의 사회구성원들은 고등교육의 추락에 무관심합니다. 저는 수십년간 인재의 힘으로 성장해온 대한민국에서 대학 교육의 퇴보는 국가 경쟁력의 약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려서 우리 사회 전체가 대학의 위기에 대하여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요청드립니다.

 

생각해보면, 대학은 인류사에서 독특한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인류가 만든 군대, 정부, 기업등 대부분의 제도들은 현재 상황에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현업기구입니다. 하지만 대학만은 사회를 연구하고 성찰하는 기구로 시작했고 존재해왔습니다. 1088년 인류 최초의 대학으로 이탈리아에서 볼로냐 대학이 설립된 이후 지난 1000여년 동안 대학은 인간과 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싱크탱크이자 미래 담론을 생산하는 지성의 광장이었습니다. 대학은 현재 사회가 작동되는 원리와 구조, 그리고 변화에 대해 연구하면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미래를 대비한 해법을 제시하며 이를 수행할 후학을 양성하는 미래를 위한 기관입니다. 즉, 대학의 존재 이유는 현재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한 미래 사회에 대한 공헌인 것입니다.

 

하지만 인류가 만든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대학의 역사도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지난 천여년간 대학은 부침을 거듭하며 성쇠를 번갈아 경험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대학이 현실 사회의 시대정신과 동떨어져 스스로만을 위해 존재할 때 대학과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약해지며 대학은 사회의 무관심으로 쇠락했습니다. 대학이 사회가 절실히 원하는 지식을 생산하고 전달할 때 사회는 대학을 소중히 여기고 대학은 번성하였습니다. 중세의 암흑기나 나찌 치하 유럽에서 대학들이 종교와 정권을 위한 이론 생산에 몰두할 때 대학은 침체를 겪었고, 대학의 중흥기를 이끈 근대의 독일 대학들이나 현대의 미국 대학들은 당시의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실용주의적인 지식으로 무장하며 번영을 구가하였습니다.

 

역사가 반복되듯이 지금 다시 대학들은 위기의 징후를 곳곳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들의 대학진학 욕구와 사회전반의 관심이 감소하고 있으며, 인공지능과 SNS로 대변되는 지식 대중화 시대에 구글, 애플, 네이버, 삼성 등 에듀테크(Edu-Tech) 기업이 실용적인 지식 측면에서 이제까지 대학이 해온 역할을 앞질러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미래학자들은 현재의 대학이 스스로의 논리에 깊이 매몰되어 사회의 요구에 둔감해있다고 진단하며 대학의 미래를 암울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는 30년 내에 현재의 큰 종합대학들이 거대한 유적지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고 예견하였습니다.

 

저 역시 현재 대학의 위기를 가져온 큰 원인중의 하나가 대학과 현실 사회와의 간격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혹시 대학이 학문을 위한 학문을 하는 곳으로, 학자들만의 지적유희의 장으로, 대중에게 인식되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대학이 생산하고 전달하는 지식이 갈수록 복잡다기해지는 사회 현상과 혁명적으로 변하는 기술을 사회구성원의 기대수준만큼 효과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대학 교육이 사회의 절박한 요구에 둔감하여 대학이 배출한 인재를 기업이 다시 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 보아야 합니다.

 

저는 미국의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곳에서 공부하는 동안 “대학이 사회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참여하여야 존재가치가 있다”는 이른바 ‘위스콘신 아이디어(The Wisconsin Idea)’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는 고려대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와 교육은 모두 지역 사회는 물론 국가 사회 나아가 인류 사회의 문제해결에 기여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대학의 고유한 사명이며 현재의 대학 위기를 극복하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 스스로 먼저 과감한 변화를 통해 대학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함으로써 사회와 국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로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실용적인 지식으로 무장하고 보다 나은 사회를 건설할 후학들을 길러내는 역할을 대학이 담당해야 합니다. 이럴 때 저는 대학이 인류사에서 수행해온 고유한 본래의 역할을 회복하는 대학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고려대학교는 인류의 미래사회 공헌이라는 비전을 갖고 대학의 사회적 책임(University Social Responsibility)을 완수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의 힘을 모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역사를 통해 고려대학교는 이미 국가적 차원의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사회에 공헌해 왔습니다. 이제 고려대학교는 국가 사회를 넘어 인류 사회의 미래에 공헌하는 대학이라는 위대한 영광을 향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려고 합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친애하는 고대 가족 여러분!

 

저는 제21대 총장에 취임하면서 우리 고려대학교가 대학 본래의 사명과 역할을 다시 성찰하면서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를 이겨낼 대학 혁명을 이뤄내고, 대학의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갈 것을 희망합니다. 우리 고려대학교가 앞장서 그 길을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 고려대학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3가지의 방향성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고려대학교는 대학이 생산하고 전달하는 지식의 내용을 획기적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사회의 문제들은 학과나 전공별로 발생되지 않습니다. 지난 수년간 인류사회를 강타한 코비드 19사태는 의학, 약학, 생명과학, 경제학, 경영학, 정치학, 사회학, 통계학 등 여러 학문 분야를 융합한 종합적인 해법을 요구하였고 거의 모든 학문이 동원되어 인류는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개방과 융합만이 복잡다기한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지식의 생산과 흐름을 융합과 통섭의 원칙으로 다시 담아내고 재편하고 문제해결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후학을 양성하여야 합니다.

 

둘째, 사회의 복잡성과 다양성이 하루 하루 더욱 강화되는 현실을 반영하여 지식의 생산과 전달의 주체를 더욱 다양화해갈 것입니다. 인류 앞에 놓인 새로운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성은 다양성에서 배태됩니다. 미래 지식의 장에서는 평생을 이론과 연구에 헌신해 온 상아탑의 학자들뿐만 아니라 사회 현장과 실무 경험이 풍부한 실무인사를 교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의 대학은 한편으로 기초학문과 순수학문을 진작하여 대학 본연의 진리 탐구를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기업과 사회에 바로 투입되는 실무 전문인을 배출함으로써 대학, 산업, 사회가 상호 협력하여 국가 발전과 세계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는 초석이 되어야 합니다.

 

세계는 급속도로 통합되고 있으며 어떠한 감염병이나 무역장벽도 장기적으로 세계화의 도도한 물결을 막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가의 틀을 넘나드는 지식을 창출하고 전파하기 위하여 외국의 세계적 석학을 교수로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다양한 국적의 더 많은 우수한 외국인 학생을 선발해 이들을 세계 선도 리더로 육성하겠습니다.

 

셋째, 고려대학교는 지식수혜자의 대상을 확대하고 지식전달의 방법을 개선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1960년 년간 출생자는 110만이었지만 2022년 불과 24만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번영을 구가해온 20대 학령인구를 대상으로 한 종합대학 모델은 재정적으로는 이미 파산선고를 받았습니다. 지금까지의 학령인구 범위를 탈피하여 교육을 받는 대상을 모든 연령대로 확대해 생애주기별 교육과정을 마련하겠습니다. 즉, 급변하는 경제‧사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각 연령대가 필요로 하는 세대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각 단과대학별, 학부별로 개발하여 운영하며 특히 고령화사회 중장년층의 교육수요를 충족시키고자 합니다. 직업전환 또는 창업에 유용한 학위 및 비학위과정을 개설하고, 각 단과대학‧학부별로 사회적 소수자와 영세기업을 대상으로 한 재능기부 형식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입니다. 이는 대학재정의 확충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4차산업혁명의 진행과 동반할 광범위한 직업이동으로 고초를 겪는 중장년 세대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COVID-19의 등장과 진행은 대면교육의 한계점과 비대면교육의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킨 지식전달 방식의 혁명을 불러왔습니다. 고려대학교는 새로운 교육방법과 첨단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지식전달의 대상과 효과성을 극대화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혁신적인 메타버스형 플랫폼을 구축해 학위과정, 마이크로디그리, 그리고 비학위과정을 운영하여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지역의 한국어 사용자가 고려대학교의 지식콘텐츠의 혜택을 공유할 수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러한 비전의 성공적인 수행과 더불어 저의 재임기간 중 완수해야할 큰 과제는 모교 개교 120주년 사업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우리 고려대학교는 3년 후에 120세의 생일을 맞게 됩니다. 저는 개교 120주년을 모든 고대 구성원의 힘을 모아 세계 명문 고려대학교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저는 ‘강한 고려대학교’를 기치로 캠퍼스별, 단과대학‧학부별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연구‧교육 인프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습니다. 이러한 대규모사업을 이뤄내는 데에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동안의 기금조성 방안을 연구하고 보완해 단기, 중기, 장기 전략을 세워 재정확충에 나서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립대학들이 공유할 수 있는 사립대학의 이상적인 재정모델을 정립하도록 하겠습니다.

 

2025년 개교 120주년은 고려대학교 구성원들이 ‘교육구국’의 숭고한 건학이념과 ‘자유 정의 진리’의 고대정신과 전통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동시에 고려대학교가 120년 역사를 넘어 인류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120년을 향해 출발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제21대 총장 임기 중에 맞이할 개교 120주년 기념사업을 제 삶의 가장 소중한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를 완수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친애하는 고대 가족 여러분!

 

우리는 역사가 보여주듯 우리 앞에 닥친 대학의 위기를 이번에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대학의 위기 극복은 대학의 진정한 목적, 즉 사회적 책임을 회복하는 노력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인류의 미래사회에 기여하는 대학 혁명, 대학 르네상스를 이뤄낼 때 대학의 위기는 극복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를 이뤄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수많은 성공과 영광의 역사, 그리고 오랜 전통과 관행, 관성으로 구성된 큰 대학을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대학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어려운 과제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고대 구성원 모두가 위기의식을 절감하고 생존과 번영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며 모두 힘을 합쳐 손을 맞잡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반드시 머지않은 미래에 강한 고대, 세계 명문 고려대학교로 새로운 영광과 번영을 창조할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

 

이제 고려대학교는 민족의 희망이자 겨레의 등불이었던 빛나는 역사를 안고, 인류의 미래를 위한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자임하며 새로운 도전의 길로 나아갈 것입니다. 자유 정의 진리의 교훈과 공선사후의 이타적 고대 정신을, 민족과 국가를 넘어 인류 공영의 세계 보편 정신으로 승화할 때가 왔습니다.

 

자랑스러운 고려대학교 가족 여러분,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고려대학교의 주인공이고 변화의 힘입니다. 함께 손을 잡아야만 원대한 발전과 도약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여러분과 함께 더욱 강한 고려대학교의 영광스러운 미래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2월 28일

 

총장 김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