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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KU]한국빙상여제를 꿈꾸다 -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민선 인터뷰
  • 글쓴이 : SPORTS KU
  • 조회 : 2967
  • 일 자 : 2018-12-24


SPORTS KU
한국빙상여제를 꿈꾸다
-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민선 인터뷰

 


지난해 9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ISU 인터내셔널 폴 클래식 여자 500m에서 37초78을 기록하며, 2007년 이상화(29·스포츠토토)가 세웠던 주니어 세계신기록(37초81)을 0.03초 앞당겨 세계 빙상계를 깜짝 놀라게 한 소녀가 있다. 올해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에 입학한 김민선(국제스포츠18, 의정부시청)이 그 주인공이다. ‘빙상여제’ 이상화가 이번 시즌 국제대회 불참을 선언하면서 김민선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내년에 만 20세가 되는 이 어린 소녀는 이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며 이상화의 뒤를 이을 ‘차세대 한국빙상여제’로 꼽히고 있다. 한국빙상계의 유망주에서 국가대표로 성장한 김민선의 이야기를 SPORTS KU가 들어봤다.

11살 소녀, 스케이트를 신다.



보통의 스케이팅 선수들과 달리 김민선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11살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다. “사실 처음에는 피겨로 스케이팅을 시작했어요. 당시 친한 친구가 피겨를 배워서, 놀러갔다가 상담을 받았어요. 당시 아빠랑 같이 상담을 받았었는데, (아[바른말 고운말을 사용합시다.])피겨 안 어울린다고 하셔서(웃음) 쇼트트랙으로 배우기 시작했고, 그냥 취미로 하다가 너무 재밌어서 매일 타게 됐어요. 그런데 처음 만났던 선생님께서 스피드 스케이팅이 더 맞을 것 같다며 스피드 스케이팅 선생님을 소개해주셨고 6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했어요.”

김민선은 늦은 나이에 스케이팅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등부, 중학부시절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500m, 1000m)에서 매번 상위권에 들었다. “중학생 때는 놀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운동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던 시기이기도 해요. 그 당시에는 크게 운동이 힘들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실력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것이 초,중학교 시절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어려워서 더 힘든 것 같아요.”

김민선의 스케이팅

여러명이 동시에 레이스를 펼쳐 전략을 짜고, 몸싸움 등 여러 변수가 발생하는 쇼트트랙과 달리 스피드스케이팅은 선수들이 개인의 레이스에 온전히 집중하며 자신의 기량을 쏟아낸다. 김민선은 이러한 점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의 매력을 찾았다.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쇼트트랙이 조금 더 대중성이 높지만, 경기 도중 발생하는 변수가 적고, 온전히 선수의 개인 기량이 결과를 결정짓는 점. 그리고 (저같이) 단거리의 경우, 그 빠른 속도에 집중해서 경기를 펼치는 게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김민선이 늦은 시작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기량을 유지하며, 지금의 국가대표급 실력을 갖게 된 데에는 선수 본인의 노력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그녀의 스케이팅을 지켜봤던 지도자의 노력과 가족들의 묵묵한 응원이 있어 가능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을 시작한 이후부터 이준수 코치님께 오랫동안 배워왔어요. 한 분에게 오랫동안 배우는 것이 흔한 경우는 아닌데, 거의 제 운동 생활을 같이했다고 할 수 있어요. 선생님이 저한테 엄청 다정하시지만, 마음 아픈 말도 잘 하십니다(웃음). 운동에 대한 도움은 선생님한테 제일 많이 받은 것 같고, 부모님한테는 응원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저를 그저 믿고 지켜봐주시는 타입이시거든요.”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야하는 단거리 종목에서 신체조건은 파워를 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신장이 170cm를 넘나드는 유럽선수들에 비하면 166cm의 김민선은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에 속한다. “신장이 작은 대신, 순발력이나 코너에서의 스케이팅이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스타트할 때, 순간적인 힘이 중요한데, 제가 신장이 작다보니 다른 선수들과 힘의 차이가 발생해서 스타트에서 기록을 줄이는 게 앞으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세계로 무대를 넓히다

선수생활을 시작한 시점부터 전국대회에서 상을 휩쓴 김민선에게 대한민국은 좁았다. 김민선은 2017년 9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ISU 인터내셔널 폴 클래식 여자 500m에서 37초78을 기록하며, 2007년 이상화가 세웠던 주니어 세계신기록(37초81)을 0.03초 앞당겼다.

“상화 언니의 주니어 세계신기록은 몇 년 전부터 목표를 삼고 있던 것이었어요. 작년 시즌이 그 목표를 달성할 마지막 기회였는데,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자신감도 있어서 당시에는 마음 편하게 (스케이트를)탔었어요. 기록 보고 잘 탔다고 생각하며 만족했는데, 도핑관련 행정문제로 기록이 처음에는 인정이 안됐었어요. 처음에는 조금 화가 났는데, 내가 다시 한번 깨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아쉬움을 삼켰어요. 나중에는 인정이 됐지만요.”

이후 김민선에게는 ‘포스트 이상화’라는 별명이 붙었다. ‘포스트 이상화’라고 불리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본지의 질문에 김민선은 인터뷰 때 정말 많이 받는 질문이라며 웃었다. “부담이 아예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지금은 부담보다는 이렇게 저를 알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먼 미래를 봤을 때는 (‘포스트 이상화’라는 별명보다) 제 이름을 알아주시는게 좋겠지만,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더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기록적인 부분은 당연히 성장해야 할 부분이라서 시니어와 주니어의 차이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아요. 주니어 때와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은 운동에 대해서 고민하는 깊이라고 해야하나.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주니어 때와는 달리, 지금은 열심히 무엇을 어떻게 잘 해야 하는지 깊이있게 고민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빨리 잊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도 여러 대회를 통해 알게 됐어요.”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성장하면서, 김민선은 스케이팅 실력의 성장뿐만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많이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스무살 새내기

18학번으로 올해 고려대에 입학한 김민선은 동시에 실업팀인 의정부시청 소속이기도 하다. “사실 운동에 더 집중하고 싶었고,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실업팀에 가기로 결정을 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저한테 좋은 기회(고려대 입학)가 왔어요. 사실 조금 민감한 부분이긴 해요. 제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의문점을 제기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해서..초반에는 이런 것들에 대해 스트레스를 조금 받기도 했는데, 지금은 잘 이겨냈습니다. 아직 한 학기밖에못 다녔지만, 제가 생각했던 대학 생활 이상의 즐거움을 누렸어요”라며 대학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낸 김민선은 이번 학기는 휴학을 결정, 대회에 집중하며 시즌을 보내고 있다.

평창의 아쉬움, 베이징을 기약하며

2018 평창 올림픽 국가대표에 발탁된 김민선은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38초53으로 16위를 기록했다. 레이스를 마친 그녀의 표정은 아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경기 일주일 전 허리 부상을 당해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했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무대이기 때문에 정말 잘하고 싶었고, 기대를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올림픽 경기 일주일 전 다치는 바람에, 레이스 직전에는 이 올림픽을 어떻게 잘 끝내야 할까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허리를 다친거라, ‘이게 뭐지?’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레이스가 끝나고 표정이 좋지 못했던 이유는 기록도 기록이었지만, 끝나고도 허리가 아파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은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스피드스케이팅이라는 종목 자체가 올림픽이 아니고서는 그렇게 관중이 많지 않다보니까, 그렇게 큰 응원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저의 이름도 많이 불러주시고 한국말로 응원소리를 많이 들으니까(웃음) 왜 자국에서 열리면 좋다고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비록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했지만, 김민선의 도전은 이제부터다.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생겼다.
“올림픽을 한번 경험해보니까 올림픽 메달이라는 꿈이 확실해지고 더 커진 것 같아요. 4년이라는 시간 중에 벌써 1년이 지나서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는데, 마음 단단히 먹고 열심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때가 되면 제가 23살일텐데, 더 빛을 발할 제 모습이 기대가 됩니다.”

[PROFILE]
출생: 1999년 6월 16일
소속: 국제스포츠18, 의정부시청
학력: 서래초-서문여중-서문여고
신체: 166cm/53kg

 

글: 박서예
사진: 한지훈 / 김민선 본인 제공
[출처: SPORTS KU, DEC VOL.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