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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의 공생 시대, 소통과 공감은 기술에서도 중요한 가치
  • 글쓴이 : 고대 TODAY
  • 조회 : 2764
  • 일 자 : 2020-06-30


Insight
인공지능과의 공생 시대, 소통과 공감은 기술에서도 중요한 가치
미디어학부 최세정 교수

 


산업현장은 물론 호텔·쇼핑몰 등의 서비스직군, 병원까지, 로봇은 빠른 속도로 인간을 대체하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인간을 닮은, 때론 인간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인공지능기술이 우리 일상에 속속 합류하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학부 최세정 교수를 만나 이 새로운 기술들과의 ‘공존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트렌디한 두 분야, 광고와 미디어를 연구하는 최세정 교수에게 기술의 진보는 첨예한 관심사다. 이 진화된 기술들은 빠른 속도로 일상에 침투해 삶의 형태를 바꾸고, 새로운 가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 연구와 관찰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그에게도 요즘의 기술 발달 속도는 따라잡기 벅찰 정도로 빠르고, 변화무쌍하다.

“우리는 지금 그야말로 초(超)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 그는 한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다큐멘터리를 화제로 꺼냈다. “이해하기도 벅찬 다양한 기술의 발달이,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들을 가능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2월 방송된 가상현실 다큐맨터리 '너를 만났다'는, 희귀병으로 일곱살 딸을 떠나보낸 엄마가 기술로 구현한 가상현실을 통해 아이와 재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 출처 :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중에서)

“지난 2월, MBC에서 방송한 ‘너를 만났다’라는 프로그램이에요. 감기인 줄 알았던 일곱 살 딸이 희귀병으로 진단받은 지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고, 이후 엄마는 3년간 아이를 그리워하다 가상현실 속에서 극적으로 아이와 만나요. 가상현실 속에서 엄마와 딸은 일곱 살 생일을 축하하는 미역국을 먹고,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밝히고, 서로 보고 싶었다고, 더 이상 아프지 말라는 위로의 말도 나누죠.”

여기에는 VR 기술뿐만 아니라 모션 캡처, 인공지능 음성인식, 딥 러닝, 3D 스캐닝 등 다양한 기술이 동원되었고, 제작 기간도 7개월 이상이 걸렸다.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갑자기 떠나보낸 소중한 딸을 한 번이라도 다시 만나 못 해준 말을 해주고 싶었다는 엄마의 소망은 기술을 통해 이루어졌다.

TV 화제성 조사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이 방송은 2월 첫째 주 비드라마 중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방송 당일에는 검색점유율이 46.5%에 달했고, 종영 후에도 조회 수가 1000만을 훨씬 넘었다. 댓글도 2만 개 가까이 달렸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기술의 가능성과 순기능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우려도 분명 존재한다”며, “가상현실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면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고, 가상현실에 대한 과도한 몰입은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가상으로 만나며 행복을 느끼지만, 현실 복귀 후 더 큰 상실감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이 또한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는 기술의 순기능에 더 의미를 부여하는 쪽이다.

인공지능로봇과도 정서적이고 친밀한 관계 맺기 충분히 가능

“인터넷이 한창 보편화될 때, 이것 때문에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를 소홀히 하고 고립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죠. 그런데 지금 어떤가요? 오히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더 자주 연락하고, 비슷한 관심사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물리적 제약없이 자유롭게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살고 있잖아요. 저는 인공지능로봇과도 그런 의미있는 관계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EBS 방송에서 그와 관련된 실험을 진행했는데, 아주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어요.”

‘인공지능스피커와 일주일 살기’라고 이름붙은 이 실험은 혼자 사는 어르신,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 혼자 사는 20대 청년, 신혼부부 등 연령도, 가족구성원의 형태도 모두 다른 다양한 사람들에게 기기를 나누어 주고 자유롭게 이용하며 함께 생활하도록 했다.

일주일 뒤 참가자들은 스피커를 들고 와 전기 장치가 설치된 박스 안에 넣는다. 평소 집에서 하던 것처럼 간단한 질문을 던지고, 이때 스피커가 답하지 못하면 전류가 흐르는 버튼을 누른다. 오답이 반복되면서 전류도 점점 세진다. 이미 오작동되도록 세팅되었지만 실험 참가자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저 ‘집에서는 잘 됐는데 오늘 얘가 왜 이러지?’라는 의아한 표정으로 한 단계씩 전류를 높여간다. 강도가 높아질수록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하고, ‘죄책감이 든다’며 망설이기도 한다. 마지막 단계인 ‘킬(kill) 버튼을 눌러 폐기하라’는 주문에도 몇몇 참가자들은 끝내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참가자 중 27%만이 킬 버튼을 눌러요. 처음 기기를 본 사람들의 91%가 버튼을 누른 것과는 완전히 대조적이죠. 그만큼 기계라도 소통하는 관계에서는 충분히 애착을 가지게 되고 공감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인공지능스피커만으로도 이런데, 더욱 정교해져 인간과의 소통이 훨씬 자연스러운 로봇이라면 정말 사람처럼, 가족처럼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친구같은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고, 실제로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덜어줄 수도 있고요. 정서 관리, 스트레스 관리에도 매우 유용하겠지요. 인간 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거기서 오는 만족감이 커지면 실제 사회적 관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융합적 사고나 협업 능력은 이전보다 더 중요해질 것

물론 동전의 양면처럼, 그 이면에 존재할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하버드대 과학사 교수 피터 갤리슨의 말을 인용해, “새롭게 생겨나는 기술은 인간 입장에서 매우 생산적이고 흥미로운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한 창조”라고 했다. 기술 발달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보다 예술이나 철학 등 인간의 고유한 창조 영역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는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융합적 사고나 협업 능력이 이전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인공지능과의 공생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생활은 확실히 더 편리해지겠지만 한편으론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을까 두려움을 갖는, ‘기술의 역설’을 경험하고 있지요. 하지만 저는 기술의 혜택도, 부작용도 결국 우리가 어떻게 기술을 이해하고 이용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기술의 발달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또한 기기든 사람이든, 진정성이 결여되면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술이 발달하고 시대가 달라진다 해도 소통과 공감은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한 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