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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민족문화연구원 '18세기 개인의 발견' 시리즈 출간
  • 글쓴이 : 커뮤니케이션팀
  • 조회 : 777
  • 일 자 : 2021-06-17


민족문화연구원 '18세기 개인의 발견' 시리즈 출간
천하제일의 문장(신유한 평전), 나만이 알아주는 나(조귀명 평전),

기이한 나의 집(이용휴 평전), 저마다의 길(유한준 평전)

 

 

18세기 개인의 발견 시리즈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이하 민연) '동아시아 문명과 한국' 기획팀은 근대를 이룬 주체로 호명된 ‘상인’과 ‘개인’을 동아시아의 전근대적 시공간에서 탐구함으로써 서구 중심적 근대 담론의 편중된 시각을 비판적으로 극복하고자 전근대시기 동아시아의 개인 및 상인을 주제로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민연은 2017년 상인을 주제로 「중국 문학 속 상인 세계」·「동아시아 문학 속 상인형상」(소명, 2017)을 출간하여 2018년도 대한민국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올해 5월 출간된 <18세기 개인의 발견 시리즈>는 조선 후기 성리학적 가치 질서와 도문일치론에 균열을 내며 서로 다른 개인들의 의식과 취향, 욕망을 긍정하는 새로운 문학을 추구했던 신유한·조귀명·이용휴·유한준의 생애를 비평적 시각으로 조명하며 주목받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개인’과 ‘개체’에 대한 사유는 전국시대 양주(楊朱) 이래 시대전환의 시기마다 비슷한 듯 다른 모습으로 그 강조점을 달리하며 출현해 왔다. 따라서 단지 근대라는 특정 시기에만 ‘개인’이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의 지배적 가치관에 동의하지 못하거나 막연한 이질감, 혹은 소외감을 느끼는 순간, ‘개인’은 ‘공동체’와 구별되며, 이 구별의 순간이 곧 ‘개인’이 공동체와 다른 스스로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자기만의 느낌, 자기만의 감정, 자기만의 생각으로 어떤 사람들은 고립감에 빠져 절망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남과 다른 자신이 두려워 집단과 공동체의 가치관에 자신을 맞추어 나가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자기만의 생각을 확장 가능한 사례들과 견주며 일반화하거나 보편화시키기도 한다.

 

평전의 주인공이 되는 네 사람은 각각의 평전 제목에서 밝히고 있듯, ‘천하제일의 문장’(신유한)을 꿈꾸며 서얼이라는 신분적 제약을 넘어 남보다 훨씬 뛰어난 나이고자 하거나, 지독한 병에 걸려 오직 독서와 글쓰기로 소일하며 설령 ‘나만이 알아주는 나’(조귀명)의 글일지라도 자신만의 깨달음을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또한 ‘기이한 나의 집’(이용휴)에 머물며 독특한 감수성으로 다른 누구에게서도 보기 어려운 참신한 시를 지으며 나의 길을 가련다고 선언하거나, 혹은 각자의 도를 추구하며 ‘저마다의 길’(유한준)을 가는 모든 개인들의 삶을 가치 있고 아름답게 여긴다는 점에서 모두 ‘개인의 발견’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18세기에 새로운 사유와 혁신을 보여주는 인물로 흔히 북학파 문인들이 자주 논의되어 왔지만 네 사람은 이들과 동시대에 살면서 또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사유를 모색한 인물들이다. 민연 '동아시아 문명과 한국' 기획팀은 이번 평전시리즈를 통해 ‘사회적 실천’의 안과 밖, 혹은 겉과 속으로 존재했던 ‘개인의 발견’이라는 18세기 사상 및 문학의 또 다른 지향점이 올곧이 드러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네 권의 책들은 모두 한문학을 전공한 학자들에 의해 쓰여졌다. 「천하제일의 문장 - 신유한 평전」은 하지영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초빙교수, 나만이 알아주는 나 - 조귀명 평전」은 고려대 한문학과 송혁기 교수가 집필했다.  기이한 나의 집 - 이용휴 평전」은 박동욱 한양대 인문과학대 교수가,  저마다의 길 - 유한준 평전」은 박경남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가 집필했다.


송혁기 고려대 교수가 펴낸 「나만이 알아주는 나 - 조귀명 평전」을 보면 당대 문장가로 이름을 날린 조귀명은  어린 시절부터 병으로 고생하며 우울한 날들을 견뎌야 했다.  "나는 병과 함께 태어났고 병과 함께 자라서 일찍부터 병에 대해 묵묵히 알아 왔다"고 말한 조귀명은 바깥나들이를 하지 못하다보니 집에 머물면서 유교 경전은 물론 불교와 노장사상 관련 서적까지 다양한 책을 탐독했다. 그는 “내 식견과 깨달음으로 살펴보아 맞으면 취하고 맞지 않으면 버릴 뿐”이라고 했는데, 송혁기 교수는 그가 개별적 인식 주체로서 세계를 다시 보고 깨달음을 기록하는 큰 전환을 달성했다고 평가한다. 또한 조귀명이 죽기 전 자신의 문집에 실을 서문을 써 달라고 3인의 젊은이에게 부탁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일화를 소개하며 "유가, 주자학에서 벗어나는 사상에 깊이 빠져들고 그것을 글로 남기는 것 자체를 꺼리던 18세기 전반 조선의 지적 풍토를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동아시아 문명과 한국' 기획팀장을 맡고 있는 박경남 고려대 교수는 연암 박지원의 숨은 라이벌이었던 저암 유한준에 대한 평전을 선보였다. 18세기 새로운 사유와 혁신을 보여주는 북학파 문인 박지원이 변화하는 세계를 포착하는 문장을 추구하며 ‘세계로 열린 자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유한준은 각자의 삶을 긍정하는 문학과 타자와의 전면적 소통을 지향하는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과 ‘다른 이’를 과장과 왜곡 없이 그 모습 그대로 서술하는 ‘타자로 열린 자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박경남 교수는 이 평전을 통해 연암의 아들 박종채의 『과정록』에 근거해 형성된 유한준에 대한 오해와 오명이 벗겨지고, 유한준 등 ‘개인’과 ‘개체’에 주목했던 일군의 작가들이 올곧이 조명됨으로써 18세기 사상 및 문학의 또 다른 지향점이 드러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커뮤니케이션팀 서민경(smk920@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