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주 한국어 방송 KBFD-TV 정계성 대표(법학 54)
하와이 현지인에 새로운 한류 바람 일으키다
미주 이민 100년을 맞는 하와이 한인사회에서 그 위상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한인 방송국 KBFD-TV 설립자 정계성 대표. 1954년 법학과에 입학해 이듬해 2학년에 재학 중 뜻한 바 있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그가 50년 만에 모교를 찾아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50년 만의 모교 방문과 함께 졸업장을 수여받는 정 대표의 얼굴은 상당히 상기돼 있었다. 현재 대학원 건물을 지나 법과대학을 돌아보며 과거의 흔적을 찾으려는 그의 눈에는 지난 50년의 시간이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한국 전쟁으로 서울환도를 하고서 우리 학교가 중앙고 자리에서 54년에 지금의 이 자리로 터를 잡게 됐습니다. 당시 안암 교정은 미 5공군사령부가 있었는데 제가 당시의 교사 이전을 사진으로 담았지요. 이처럼 고대신문사 사진기자로 있었던 것이 언론과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하와이 인구 중 겨우 2%를 차지하는 한인들이 인구수도 훨씬 많고 이민역사도 더 오래된 일본, 중국인들이 갖지 못한 방송국을 설립한 정 대표의 언론사와의 인연이 모교 고대신문사로부터 시작됐다.
“미전역 최초로 1986년 개국된 공중파 한국어 방송국이며, 1988년 한국어 방송에 영어자막을 넣기 시작한 것도 KBFD-TV가 미국에서 처음 해낸 일입니다. 현지 사람들이 밤 8시부터는 전화하지 말라고 해요. 한국 드라마 봐야 된다고…”
정 대표는 현지인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배울 점이 많다고 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한국 전통 사극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 하와이 왕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던 그들에게는, 태평양 건너의 낯선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으로 편입되기 전 하와이 왕조에 대한 추억이 묻어나는 것 같다는 이야기다. 하와이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한국방송을 송출할 수 있었던 힘이 여기에 있었다.
방송국을 설립한 까닭을 묻자 후세들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밤 9시 황금시간대에 한국 뉴스를 내보내는 것은 동포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을 터이다. 이렇게 이민 2, 3세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 이제는 하와이 현지인들로부터 한류의 열풍을 심어주게 됐다.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은 배우들도 멋있지만 그 속에 가족을 중시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가치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하와이 한류 열풍으로 이어져 드라마를 잘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 학원에서 우리말을 배우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 류시원 팬클럽 등 현지인들로 구성된 한국배우 팬클럽도 생겼습니다.”
1975년부터 시작된 KBFD-TV의 출발은 이후 자체 방송국을 가져야겠다는 결론을 내려 1985년 연방통신위원회로부터 방송국 설립허가를 받았다. 1987년 정식 TV방송국 면허를 받아 채널 UHF32번 공중파로 방송할 수 있게 됐다. 방송국 설립 3년 만에 흑자를 냈으나 정 대표는 이에 멈추지 않고 미전역에 한국어 방송 전파를 목표로 LA에 거점을 두고 1991년 위성방송인 TAN-TV(The Asia Network)를 개국했다. TAN-TV는 1998년 한인 최초의 디지털 위성 TV방송을 위해 독자 채널을 확보하고 현재 하와이를 포함 북미주 전 지역에서 매일 KBS, MBC 등 한국의 6개 주요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글_송종호 기자(고대 교우회보)|사진_노승환 기자(고대 교우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