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곡이 시작되면 먼저 금관악기들만의 앙상블에 의한 서주가 흘러나온다. 마치 멀리서부터 밝아오는 여명을 나타내듯 그윽하고 장엄한 이미지가 연출된다. 이어서 등장하는 두 개의 테마는 우리 민족 고유의 민요적인 정서와 흥취로 가득하다. 첫 번째 테마는 5음계를 바탕으로 탄력과 생기를 가득 머금은 리듬에 실려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흐른다. 소박하고도 흥겨운 정취가 넘쳐나는 산뜻하고 기분 좋은 선율이다. 두 번째 테마는 한결 차분하고 조용하다. 그 고즈넉하고 아련하며 때론 구슬프게까지 들리는 선율에는 역시 우리 민족 고유의 정한마저 실려 있는 듯하다. 전개부에서는 우리 민족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회상이 펼쳐진다. 무겁고 어두우며 다분히 투쟁적인 흐름 위로 숱한 외세의 침입과 내란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기억들이 떠오르고, 그 속에서도 우리만의 문화를 창조하며 자존심을 지켜왔던 인고와 불굴의 정신이 빛난다. 마지막에는 다시 처음의 선율로 돌아가 차분하면서도 희망적인 분위기로 마무리된다.

강렬한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어지는 바순 솔로는 대금과 피리의 이미지를 결합시킨 듯한 야릇한 소리를 내고, 플루트 솔로는 단소 소리를 연상시킨다. 그런가 하면 현악기는 가야금과 거문고 흉내를 내기도 하고, 배후에 깔리는 타악기는 편경 또는 편종의 울림을 환기시킨다. 이처럼 이 느린 악장은 우리의 전통악기와 연결되는 이미지로 가득하며, 동시에 전래민요에 기초한 서정적인 선율의 흐름이 우리의 가슴 깊숙이 스며든다.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며, 우리 전통과 서양 문화의 교감인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 민족 문화의 주역으로서 고려인이 상정된다. 안암벌의 5월을 즐겁고 화려하게 수놓는 대동제의 활기차고 떠들썩한 분위기가 묘사된다. 민요선율은 군중들의 흥겨운 노래와 드높은 함성으로 변모되고, 브라스 밴드가 신명과 흥취를 한껏 돋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고대생들 사이에서 '막걸리 찬가'로 유명한 응원가의 선율이 자리하고 있다.

마치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처럼 앞선 악장들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된다. 즉, 과거로부터 현재로의 이행을 표현한 것이다. 주제부는 '민족고대'의 교가 선율을 테마로 하여 힘차게 발전되어 나간다. 당당한 행진곡풍의 흐름이 지속되다가,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팝과 재즈의 리듬 및 멜로디로 변화하여 한층 열정적인 축제의 장면이 묘사된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우리 민족의 5음계는 항상 기저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전통을 기반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고대인의 모습이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종결부에 이르면 마침내 승리와 영광을 거두고야 말 것이라 선언하는 고대인, 그 미래의 의기양양한 모습이 찬란하게 솟아오른다.
